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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히스토리 #5 《크로스 애니메이트》: 애니메이션, 현대미술의 새로운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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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코리아나미술관입니다:D

여러분 애니메이션 좋아하시나요? 요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는 소식이 있습니다. 바로 네이버 웹툰 ‘신의 탑’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미국·일본과 합작하여 4월 1일부터 전 세계에 방영을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2010년부터 현재까지 10년 넘게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이어오며 전 세계 누적 조회 수 45억 뷰에 달하는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국산 웹툰이 화려한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 된다는 소식은 애니메이션을 애호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신의 탑’외에도 ‘갓 오브 하이스쿨’, ‘노블레스’와 같은 국산 웹툰의 애니메이션 제작 발표 소식이 연이어 이어지면서 많은 팬들의 환영과 기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웹툰의 ‘애니화’에 열광하는 걸까요? 그것은 아마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열망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작품 고대 알타미라 동굴벽화에서도 사냥감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멧돼지의 다리를 8개로 표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Altamira 동굴벽화

현실을 넘어서는 이상적인 창조물을 움직이게 하고자 하는 욕구는 어쩌면 인간의 타고난 본능인 듯합니다. 이를 충족시켜주는 애니메이션은 이미지를 통해 시각적인 미를 추구하고자 했던 예술가들에게도 아주 매력적인 소재였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변형 능력, 자유로운 형식은 현대미술을 선도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했죠.

코리아나미술관에서도 현대미술과 애니메이션의 접점을 보여주는 특별한 전시가 있었습니다.


이번 ‘코리아나미술관 전시 히스토리’
그 다섯 번째 이야기에서는 애니메이션의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전시《크로스 애니메이트》를 소개합니다.

Image: Jun Ki Kim, The Life,  3D, 9:50min, 2003Courtesy of the artist

#5

크로스 애니메이트

Cross Animate

2009. 4. 2. – 2009. 5. 10.


참여작가

블루, 장형윤, 라스코 시릭, 부 후아, 전준호, 윌리엄 켄트리지,
김한나, 김준기, 김신일, 션 킴, 이광훈, 릴릴, 임아론, 시모네 마시, 문경원,
로라 느보넨, 에릭 오, 레지나 페소아, 트로마라마,
유근택, 이토 존&아오키 료코



우리는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하면 서사가 있는 만화영화를 떠올립니다. 그런 애니메이션이 2000년대 후반 국제 비엔날레와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에서 예술작품으로서 다수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미디어 아티스트뿐 아니라 서양화, 한국화, 판화 같은 평면작업을 하던 작가들에 의해 제작됐다는 것이죠. 이로써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애니메이션은 ‘오락거리’의 영역을 넘어서 예술의 영역까지 확장하게 됩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들이 비엔날레와 미디어아트 페스티벌뿐 아니라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도 출품된다는 것입니다. 현대예술가와 영화감독들이 애니메이션을 순수한 예술표현방식으로 활용하는 흐름 속에서 예술과 애니메이션의 장르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해 보입니다.

사실 예술가들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은 비단 오늘날뿐만이 아닙니다. 근대 영화의 발전과 함께 탄생한 애니메이션은 20세기 초 레오폴드 쉬르바주(Léopold Survage), 발터 루트만(Walter Ruttman), 한스 리히터(Hans Richter) 등의 예술가들에 의해 활용되었죠. 이들은 추상화에 음악, 색을 자유롭게 조합함으로써 화면 위 생명을 추구하고자 했던 모더니스트들이었습니다. 그들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애니메이션의 무한한 가능성과 미학은 오늘날의 예술가들을 통해서도 지속되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선보인 《크로스 애니메이트》는 2009년도 당시 이러한 예술계 분위기와 흐름을 미학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탄생한 전시입니다. 현대미술·뉴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길로써 떠오른 애니메이션과, 작가주의적 태도로 작업하는 감독들의 아트 애니메이션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서로의 영역을 넘나드는 ‘크로스’ 현상을 보여주고자 했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어떤 작품들이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크로스 애니메이트》는 관습적인 규범을 깨는 애니메이션, 실험 애니메이션, 디지털 애니메이션 이렇게 총 세 갈래의 방향으로 나누어 구성되었습니다. 과연 세계 각국의 현대예술가와 영화감독들은 애니메이션을 하나의 ‘예술언어’로써 어떻게 활용했을까요?

# 1. 재현의 빈 곳 - 관습적인 내러티브의 해체

William Kentridge, Weighing and Wanting, animated film 35mm, 6:24min, 1997Courtesy of the artist



전시 작품 중 하나인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Weighing and Wanting은 목탄 드로잉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켄트리지는 1989년 작가와 꼭 닮은 가상의 인물 ‘소호(Soho Eckstein)’를 창조했는데, Weighing and Wanting은 소호가 등장하는 7번째 작품입니다.

소호는 남아공에 사는 백인 부동산 개발업자로 돈이 많은 자본가지만 불합리한 행위의 가담자로써 도덕적 번뇌를 느끼며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로 표현됩니다. Weighing and Wanting에서 소호는 정신적인 무게를 상징하는 돌을 연구하고 무게를 측정하면서 잊혀졌던 기억과 상처들을 드러냅니다.

켄트리지는 소호의 삭막한 삶과 죄의식, 공허함, 책임감을 거친 목탄으로 표현함으로써 그 슬픔에 주목하면서도 권력과 거대담론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드러냅니다. 이는 남아공 출신의 독일계 백인 특권층이면서도 인권 변호사인 부모님으로부터 느꼈던 이중적인 작가 자신의 모습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윌리엄 켄트리지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예민할 수 있는 정치사회를 풍자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어두운 내면세계를 애니메이션이라는 ‘가상의 틀’을 빌어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 2. 메타모포시스 - 이미지의 뫼비우스적 순환

Muto, wall painting animation, 6 min 45 sec, 2007Courtesy of the artist

20세기 현대미술에서 ‘실험’이란 ‘새로운’ ‘대담한’ ‘이상한’ ‘자극적인’이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실험애니메이션’은 기존의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과 달리 새롭고 자유로운 기법을 시도한 애니메이션을 말합니다. 현대미술-애니메이션의 결합과 이에 대한 미학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크로스 애니메이트》에서 실험애니메이션은 중요한 축을 이루는 부분입니다. 논리적인 범주화, 선형적인 시간, 안정된 형태를 무너트리고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자유롭고 저돌적인 실험애니메이션 특징은 21세기 포스트모더니즘과 맞닿아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정신분열증’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블루(Blu)의 작품은 재료부터 시작해서 영상제작방식, 내용의 구성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모든 ‘전형성’을 깨버리는 실험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감독 블루의 Muto, 함께 감상해볼까요?

이 작품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미술’의 모든 구성요소를 해체합니다. 낙서 가득한 벽을 도화지 삼고 바닥이나 벽을 칠하는 페인트는 물감이 되었죠.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줄 배경음악과 효과음은 불규칙적으로 끊어지고 너무 생생해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가상의 이미지들 또한 사람, 곤충, 기하학적인 형태로 끊임없이 쪼개지고 분열되어 다음 장면을 예측할 수 없게 합니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시작-중간-끝이라는 기본 서사의 틀을 가지고 있지만, 블루의 Muto는 이를 해체함으로써 오히려 어떤 형식과 형태도 용인하는 애니메이션에 원형질(plasma)의 특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 후반 폴란드, 미국, 루마니아 등 각국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휩쓴 작품이기도 합니다.


# 3. 디지털 애니메이션 - 예술성과 상업성의 경계

Laura Neuvonen, The Last Knit, 3D, 6:39min, 2005Courtesy of the artist

앞서 본 윌리엄 켄트리지, Blu의 손길이 느껴지는 애니메이션 작품들은 회화의 경계와 맞닿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컷 한 컷 수작업으로 그려내는 제작 방식은 ‘셀 애니메이션(cell animation)’제작방법과 매우 유사한데, 이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동력이 소요됩니다. 1980년대 컴퓨터의 발달은 이런 셀 애니메이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시대를 열었습니다. 컴퓨터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2D를 넘어 3D 그래픽 애니메이션 전문 회사들이 다수 등장했고 1990년대엔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크로스 애니메이트》에서는 상업적인 목표를 가지고 발달한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가지고 컨셉츄얼한 상황 전달을 우선시하는 작품들을 선정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안시,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로라 느보넨(Laura Neuvonen)의 마지막 뜨개질 The Last Knit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함께 감상해보시죠:D

절벽 위에서 긴 목도리를 짜는데 중독된 주인공은 강박적으로 뜨개질을 합니다. 마치 줄다리기하듯 자신이 짠 목도리와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상황인데도 주인공은 뜨개질을 멈추지 못합니다.

인간의 망상과 집착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가벼운 소재가 아닙니다. 하지만 로라 느보넨은 3D 애니메이션을 통해 단숨에 심도 깊은 주제에 사람들을 몰입시키고 진지한 여운을 남깁니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아닌 함축적인 상황 전개는 작가의 개념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애니메이션의 오락적인 요소를 통해 인간의 편집증적 형태를 의미화한 이 작품은 일종의 개념 작업으로서 세계 각국에서 큰 찬사를 받았습니다.

현대예술과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넘나들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해 준 《크로스 애니메이트》! 다들 재미있게 보셨나요? 고정된 형태와 논리적인 범주화 거부, 비정형성, 시공간의 혼합, 자유로운 원형질 추구…이는 모두 《크로스 애니메이트》가 추구하고 보여주고자 했던 당시의 키워드들입니다. 그렇지만 10년이 지났어도 이 정신들은 오늘날의 예술가들에게도 변함없이 적용할 수 있는 단어들인 것 같은데요. 해방의 언어로써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는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들을 앞으로도 미술관에서 자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애니메이션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코리아나미술관이 응원합니다. 여러분께서도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D

©코리아나미술관, 202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참고문헌

『크로스 애니메이트 Cross Animate』 전시 도록, 코리아나미술관, 2009.

『세계미술용어사전』, 월간미술, 1999.

김일태 저,『만화애니메이션 사전』,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15.
이용배 저,『애니메이션의 장르와 역사』, 살림,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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