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b 3.0 프로젝트
윤지영 <계속 밤>
*c-lab 3.0은 주제 ‘증후군’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과 깊이 있는 탐구를 위해 다양한 영역의 창작자들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윤지영 작가는 프로젝트 <계속 밤>을 통해 실제로 기능적 이상은 없으나 심리적 요인이나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신체화 증후군/장애’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몸에 남겨진 감각, 흔적들을 담은 텍스트를 수집한 바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 <섭씨36도의순간_심장은 가슴 한가운데 있다>가 10월 한 달 동안 코리아나미술관 *c-lab 3.0 자료실에서 새롭게 선보여집니다.
작업 노트
- 내과적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신체 증상에 시달리는 신체화증후군/신체화장애에 관심을 두던 중에 [*c-lab 3.0 : 증후군]에 참여하게 되었다. 분명한 고통이 수년간 존재하기 때문에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게 만든다는 이 질환은 감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정신적 통증을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고 더
어려워서 정신적인 고통을 신체 증상으로 바꿔내는 것은 아닐까.
- 운석의 충돌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여겨지는 달의 크레이터는 지구에서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에 훨씬 많다고 한다.
*c-lab의 <문장수집: 감정-신체-증상> 워크숍을 통해 감정과 신체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이
드러나는 문장이나 각자 감정적/신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다양한 문장들을 수집하여 구의 한쪽 면에만
만든 ‘크레이터’ 안에 적어 넣었다. 손난로를 가슴과 조각 사이에 넣어 안고 기다리면 조각의 표면이 섭씨 36도가 되었을 때 그 속에 적힌 내용을 볼 수 있다.
- 볼 수 없기 때문에 생긴 달의 뒷면에 관한 막연한 두려움은 ‘달의 뒷면은 어둡다’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흔히 그 반대쪽을 ‘어두운 뒷면’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지구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이고 실제로는 달의 뒷면 역시 (지구에서의) 그믐달 시기에는 태양의 빛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 윤지영의 작업에 상징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구(sphere)는, 이론적으로 존재하지만, 결코 물리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완벽한) 것으로서, 완전한
무엇/신체를 향한 욕망, 혹은 완전하길 바라는 어떤 것 그
자체로도 쓰인다.
아티스트 소개
윤지영은 어떤 사건이나 상황이 환경으로서 개인에게 주어질 때, 더 ‘잘’ 살기 위해 혹은 더 ‘나아지기’ 위해 개인이 취하는 태도를 드러내는 것에 관심이 있다. 또한 다양한 방식으로 감춰져 있는 ‘믿음의 구조’를 드러내는 것에도 관심을 두고 작업한다. 《에이징 월드》(서울시립미술관, 2019), 《생태 감각》(백남준아트센터, 2019), 《가공할 헛소리》(네이버스퀘어 광주, 2018), 《관객행동요령》(Sema 벙커,2018), 《아크로바틱 코스모스》(원앤제이갤러리, 2018), 《도면함》(시청각, 2017),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6)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프로젝트 과정 기록
I. 스크리닝 토크 <방구석 *c-열> 참여
*c-lab 3.0 프로젝트 참여자 윤지영 작가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한병철 교수의 철학적 사유를 담은 에세이 영화 <피로사회(2015)>를 감상하고 대화 나누는 스크리닝 토크 <방구석 *c-열>에 함께 참여하였습니다. 영화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관점들에 대한 생각과 더불어 빠르게 변하고 있는 사회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작가로서 경험하게 되는 측면들에 대해 공유하며, 주제 '증후군'과 연결하여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으로 질 들뢰즈의 『소진된 인간: 베케트의 텔레비전 단편극에 대한 철학적 에세이』를 소개하였습니다.
II. 연계 워크숍 <문장수집: 감정-신체-증상> 진행
7월 19일과 20일, 주제 '증후군'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는 *c-lab 3.0 자료실에서 윤지영 작가와 함께하는 <문장수집: 감정-신체-증상> 워크숍이 진행되었습니다. 감정, 감각, 신체, 증상 등 몸과 관련된 다양한 현상들과 관련된 텍스트들의 수집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작품 제작 과정에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각예술, 문학, 심리학, 사회복지, 기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참여자들은 각자 준비해 온 문장들을 직접 손으로 적어보고, 벽에 붙여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자신의 목소리로 낭독하며 관련된 대화를 깊이 있게 나누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인상깊게 다가왔던 문장, 자신이 직접 썼던 글에서 발췌한 문장 등 다양한 출처의 구절들 위에 붙여진 트레이싱지를 손으로 천천히 감각하며 읽어보면서 타인의 감정과 경험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는 시간 또한 가질 수 있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던 <문장수집: 감정-신체-증상> 워크숍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8월 31일까지 지속적으로 관련 텍스트를 수집합니다.
III. 작가 작업실 방문
2019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의 입주 작가인 윤지영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제작 중인 작품들과 그 과정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작가는 *c-lab 3.0의 주제 '증후군'과 연계한 프로젝트 <계속 밤>을 통해 다양한 형식, 매체, 스케일을 실험하며 관객이 직접 만져서 감각할 수 있는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 진행된 워크숍 및 리서치 <문장수집: 감정-신체-증상>를 비롯해 작가가 인간의 몸, 마음, 현상 등과 관련하여 직접 수집한 책 속 구절들을 바탕으로 제작된 조각 작품은 관객과의 교감을 통해 그 의미가 더욱 확장되고 전환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IV. 프로젝트 전시
윤지영 작가가 다양한 사람들의 몸에 남겨진 기억, 경험, 흔적들을 담은 텍스트를 수집하여 제작한 <섭씨36도의순간_심장은 가슴 한가운데 있다>가 코리아나미술관 *c-lab 3.0 자료실에서 전시됩니다. 직접 만지고, 끌어안고, 기다리면서 나눈 온기를 통해 마침내 인간의 체온에 도달했을 때, 작품은 숨겨두었던 감정과 마음을 고백하며 말을 걸어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