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선조들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을 싸거나 덮어서 보호하고, 운반하기 위한 실용적인 용도로 보자기褓를 사용했다. 그리고 관혼상제와 같은 의례 시 물품을 포장하기 위해 격식을 갖춘 보자기를 제작해서 예의와 정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보자기는 궁중에서 사용한 궁보宮褓부터 민간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민보民褓까지 모든 계층에서 애용되었다. 무명이나 모시, 삼베와 같은 소박한 직물이나 색색의 화려한 비단을 이용해 만든 보자기는 소재의 유연함으로 의복, 장신구, 식기, 함, 서책 등 의식주와 관련된 물품을 관리하는데 용이해서 실생활에 두루 활용되었다.
일반적인 보자기는 직물 한 겹이나 두 겹으로 짓고, 솜을 넣거나 누비로 제작하는데, 용도에 따라 다양한 크기로 만들고 필요에 따라 여러 개의 끈을 달았다. 혼례용 보자기는 일상용 보자기와 달리 절차에 맞추어 화려한 색과 자수 장식을 더 해 정성스럽게 만들어 행복을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 의례의 품격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최고급 소재에 화려한 색과 문양이 더해진 궁보는 민간의 보자기와 확연히 구별된다. 특히, 직물의 온 폭을 그대로 사용해서 필요에 따라 여러 폭을 이어 붙여서 만드는 궁보와 달리, 옷감이 귀한 민간에서는 자투리 옷감을 모아서 만든 조각보를 많이 만들었다. 작은 조각도 소중하게 여기며 활용했던 당시 여성들의 절약 정신을 엿볼 수 있으며,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직물 조각을 배열하고 색을 맞추어 한 장의 보자기를 만드는 과정 중에 각자의 솜씨가 더해져 특별한 보자기가 완성되었다.
삼국시대 문헌에서 확인된 붉은색 보자기에 대한 기록과 현재 남아있는 수많은 보자기 유물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전통 보자기는 오랜 시간 선조들의 삶에 함께해 온 필수품이었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여 바느질하고 수를 놓는 과정에 각자의 바람을 담아낸 보자기는 복을 싸고 담는다는 의미가 더해져 생활 곳곳에서 사용되었다. 그러나 근대화 이후 서양으로부터 전래한 가방과 새로운 포장 문화는 다채로웠던 전통 보자기를 대신하게 되었고, 그 쓰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전통 보자기의 다양한 종류와 용도, 사용법을 살펴보고, 옛 여인들이 보자기에 담아낸 정성 어린 마음과 예술적 감각을 느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관람시간
*3.19.(수) - 6.28.(토) 화 - 금 11시 - 18시 30분 / 토 12시 - 18시 30분
*7.1.(화) - 8.14.(목) 화 - 금 11시 - 18시 / 네이버 사전 예매
▶ 관람요금
성인 6,000원 / 대학생 이하 4,000원 / 7세 이하, 65세 이상, 장애인 무료
▶ 후원
(주)코리아나화장품
우리 선조들은 태어나서 삶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특히 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조선시대에는 관혼상제冠婚喪祭와 같은 의례가 발달했고, 의례마다 의복을 갖추고 그에 알맞은 신발을 착용함으로써 정갈한 옷차림을 완성하는 것을 예절의 기본으로 여겼다. 신분 차이가 명확했던 시대의 신발은 계급과 직위에 따라 신발의 종류와 재료, 장식을 달리하여 착용자의 사회적 위치를 나타내었고 성별이나 용도, 기능에 맞추어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 전통 신발은 형태에 따라 발목까지 올라오는 ‘화靴’...
2023년, 스페이스 씨 개관 20주년을 기념하여 박물관 전시 공간 안에서 국제적으로 활동 중인 중견 작가 신미경의 작품이 <시간/물질: 생동하는 뮤지엄> 전시를 통해 소개됩니다. 오랜 역사와 시간을 품은 유물이 있는 박물관 공간에 적극적으로 개입을 시도한 작가는 비누에 시간과 물질을 더해 오래된 유물의 모습을 간직한 작품을 통해 시간성과 물질성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비누로 만든 도자기에 은박, 동박을 입힌 <화석화된 시간 시리즈>와 유리와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색색의 비누 도자기 <고스...
예로부터 가장 행복한 삶을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오복五福을 갖추었다’라고 말한다. 유교에서는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덕을 베풂), 고종명考終命(편안한 죽음)을 이르는데, 민간에서는 유호덕과 고종명 대신 귀貴와 자손중다子孫衆多로 현실적인 삶의 바람을 담았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삶 속에서 일상의 행복을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통해 기원해 왔던 선조들의 마음이 담긴 특별한 기물들이 있다. 그중 보자기는 물건을 보관하거나 옮길 때 사용하는 천이지만 작은 조각을 하나하나 이어 붙이거나 수를 놓아 정성스럽게 만들어 복된 마음을...
인류가 문자를 사용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 의사소통과 표현의 수단으로 사용해온 문양文樣은 주로 장식을 목적으로 여러 가지 형상으로 만들어져 삶의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용도로 사용해왔다. 우리 선조들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과 과실, 동물, 기하, 문자 중에서 특별한 상징을 가진 문양으로 신분이나 지위를 표현하거나, 일상의 행복을 바라며 의식주 생활 전반에 다채롭게 사용했다. 혼례와 회갑回甲 등 잔치에 빠지지 않았던 떡과 다식에는 기쁨을 함께 나누고 주인공의 행복을 바라는 꽃, 수복壽福, 물고기 등을 떡살과 다식판에 담았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편안함, 과하지 않은 꾸밈, 여유로운 삶을 즐기던 우리 선조들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빛을 더하는 시간의 미학인 옻칠은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들었다. 옻은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며 음식과 약의 재료 뿐 아니라 이미 2000년 전부터 천연 도료로 사용해왔다. 옻나무에서 채취한 옻액은 이물질과 수분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나뭇결을 그대로 살려 투명하게 사용하기도 하고, 안료를 섞어 여러 가지 색으로 변화를 주기로 했다. 옻칠은 재료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기능이 있어 수분과 온도, 습도, 벌레 등에 취약한 나무와 종...
우리의 일상은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들어 있고, 색은 우리 삶에 많은 부분을 함께하고 있다. 예로부터 흰색은 청렴결백과 절제, 청색은 희망, 생명, 성장 등을 뜻하며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의식 속에 자리 잡아 의식주에 두루 사용되었다. 전통 공예품 중에서 흰색과 푸른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것으로 흰색의 자기 위에 푸른빛의 그림이 그려진 백자청화白磁靑畵를 꼽을 수 있다. 조선 초기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내세운 조선 왕실은 검소와 절제를 표현하기에 적합한 백자白磁를 왕실의 그릇으로 정하면서 백자 제작 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했...
예로부터 우리 문화 속에 자리 잡은 모자는 실용적인 목적과 장식적인 목적 외에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는 사회적인 의미가 컸다. 특히 의관정제衣冠整齊를 중요하게 여기던 남성들에게 격식에 맞는 옷차림을 완성하는 모자는 각별하다. 그 중에서도 갓은 소재, 형태, 색, 상징이 돋보이는 모자로 사대부의 권위와 품격이 반영되면서 모자의 높고 낮음, 양태의 넓이 변화 등 시대마다 차이를 보여 왔다. 갓은 말총과 대나무 등 섬세한 재료로 만들어 은은하게 비치는 투명함과 서로 다른 소재들이 겹치면서 나타나는 물결무늬, 유연한 곡선, 흰...
우리는 모두 꿈을 꾸며 살아간다. 누구나 자신의 소망, 기대 등을 마음 한 편에 품고 이루어지기를 기다린다. 전통적인 생활방식이 서구화되기 이전에는 그러한 바람들을 주변 생활공간과 사용도구 곳곳에 새겨두며 간절히 이루어지길 바랐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장 편안한 시간, 잠자리를 지켜주는 베개에도 여러 가지 염원을 담았다. 전통적인 베개는 재료, 용도, 형태 등에 따라 목침木枕, 죽침竹枕, 도침陶枕, 퇴침退枕, 수침繡枕 등 명칭이 다양하다. 베개는 머리가 놓이는 몸통, 재료를 채워 넣는 베갯속, 베개의 양쪽에 대어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