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b 5.0 프로젝트 X 안데스 <브랜디, 와인, 물, 소금물>
프로젝트 개요
- 일시 : 2021년 8월 14일 토요일 오후 14시 - 16시
- 장소 : 코리아나미술관 2층
- 주관·주최 : 코리아나미술관 *c-lab 5.0
- 후원 : 코리아나미술관 l space*c
- 렉처 진행 : *c-lab 5.0 랩메이트 X 안데스
- 본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으로 진행됩니다.
- 본 프로그램의 티켓 가격은 사전 예약하신 분들과의 약속의 의미로 설정한 금액입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참여가 어려우시다면, 대기자 분께 티켓이 갈 수 있도록 예매 취소를 부탁 드리며, 당일 참석이 어려우시면 반드시 메일 또는 전화로 연락 부탁 드립니다.
- 본 프로그램은 학술적 성격의 행사로 COVID-19 관련 방역 수칙에 따른 거리 두기를 준수하며 진행됩니다.
- 입장 전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 주시고, 발열과 호흡기 증상 여부 확인 등 방역에 협조 부탁 드립니다.
프로젝트 소개
코리아나미술관 *c-lab은 창작자, 기획자, 이론가, 연구자와 함께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하고 이를 예술적 실천으로 사유해왔습니다. 2021년 코리아나미술관 *c-lab 5.0는 비일상적인 각성 상태를 뜻하는 '트랜스(Trance)'를 주제어로, 동시대 예술에서의 신체성과 정신성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안데스 작가는 영성에 관해 종교, 철학, 예술, 심리학, 신비주의, 샤머니즘, 뇌 과학 등의 방대한 영역의 리서치를 *c-lab 5.0 랩메이트와 협업으로 진행해왔습니다. 랩메이트는 아티스트의 탐구 동반자로서 영성에 관한 각자의 관심 주제를 심화시켰습니다.
안데스 작가와 랩메이트가 함께하는 공동 렉처에서는 영성과 관련한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고 정리되는지 스스로 탐색하고 반문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영성은 어느 좌표에 있는지 탐구해봅니다. 또한 영성을 알아가는 데에 있어 신체와 정신은 어떤 영향을 주고 받고, 그 사이에 역사적으로 어떤 매개물이 있어왔는지 지식과 견해를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브랜디, 와인, 물, 소금물
안데스 작가는 영성에 관해 종교, 철학, 예술, 심리학, 신비주의, 샤머니즘, 뇌 과학 등의 방대한 영역의 리서치를 *c-lab 5.0 랩메이트와 협업으로 진행했다. 랩메이트는 아티스트의 탐구 동반자로서 영성에 관한 각자의 관심 주제를 심화시켰다. 안데스 작가와 랩메이트가 함께하는 공동 렉처에서는 영성과 관련한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고 정리되는지 스스로 탐색하고 반문하며, 각자가 생각하는 영성은 어느 좌표에 있는지 탐구해보는 시간이었다. 또한 영성을 알아가는 데에 있어 신체와 정신은 어떤 영향을 주고 받고, 그 사이에 역사적으로 어떤 매개물이 있어왔는지 지식과 견해를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c-lab 5.0 프로젝트 X 안데스
(사진 : 코리아나미술관)
안데스 작가 인터뷰
Q. '영성(Spirituality)'에 관한 작가님의 관심은 어떻게 시작 된 것인가요?
안데스 : 영성이라는 주제로부터 관심이 시작된 것은 아니었어요. 20대 때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던 시기에, 나의 사명이나 존재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즉, “내가 태어난 이유가 뭘까?" 하는 질문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다른 사람들도 많이 관찰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들여다보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그 질문이 해결이 안 되니까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1년 정도 우울증에도 걸리고 꽤 방황했었어요. 그때 그 질문을 해결 못 하고 넘겼더니, 10년 뒤에 같은 질문이 다시 돌아왔죠. 오랫동안 하던 시리즈 작업을 마치고 다음 작업에 대한 고민에 또다시 휩싸이면서 내가 태어난 이유가 뭘까, 무얼 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남미 여행을 떠났어요. 남미 원주민 샤먼에게 물어보면 뭐든지 대답을 해 준다는 말을 듣고 신비주의 의식 같은 것도 경험해 봤었는데, 그때는 스스로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인지 답을 얻을 수 없었어요. 질문을 계속 품은 채로 한국에 돌아와서 스님이 된 친구 덕분으로 명상을 해보게 되었어요. 명상을 계기로 불교의 세계관에 대해 알게 된 거죠. 영성이란 것이 있어서 사람이 태어나서 죽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만 바꾸어가며 그 영성은 지속된다는 세계관이었어요. 그래서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에서는 어떤 세계관이 있는지, 어떤 탐구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c-lab 5.0 랩메이트 워크숍 (사진 : 코리아나미술관)
Q. 작가님은 올드 소울(Old Soul)인가 봐요. 존재에 대해서 깊이 질문하려는 사람들을 올드 소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들의 영혼은 이미 여러 번 산 거예요. 마치 불교의 윤회랑 흡사한 거죠.
안데스 : 비슷한 질문을 티벳 불교 용수 스님께 여쭤봤는데, 말씀하시기를 티벳 불교는 되게 체계적이라고 해요. 반면에 한국의 선불교는 궁극적인 질문 하나만 계속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자신의 화두를 하나씩 가지고 있어요. 화두에 대한 ‘깨달음을 단번에 알고 나면 끝나느냐, 아니면 깨닫고 난 다음에도 깨달음을 점점 굳혀가는 수행이 필요하냐’에 대한 논쟁이 돈오돈수, 돈오점수예요. 저의 파트너와 이런 얘기를 할 때 그는 ‘태어난 이유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이 태어난 이유와 소명에 대해 갈구하는 것도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데에서 비롯된 생각이다’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 말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그래, 내가 태어난 특별한 이유 따위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니까 굉장히 마음이 편해지고 오히려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c-lab 5.0 랩메이트 워크숍 (사진 : 코리아나미술관)
Q. 아마도 태어난 이유를 고민하는 것의 바탕에는 육신이 있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이번 랩메이트와의 리서치에서도 안데스 작가님께서 티벳 불교 용수 스님과의 명상, 국은미 선생님과 하는 소마틱스, 싱잉볼로 하는 사운드워시와 같은 워크숍을 준비해주셨어요. 세 가지 다 신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인 듯 한데요. 영성을 탐구하는 데에 있어 신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안데스 : 저의 경험을 좀 생각해보면 신체적으로 하는 탐구는 어느 정도까지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완전히 궁극적인 방법은 아닌 것 같달까요. 신체와 영성, 신체와 정신의 관계에 대해서 우리가 알아야 되는 사실에 대해서는 우리는 영원히 알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아요. 불교에선 신체는 갈아입는 옷 같은 존재일 뿐이고, 기초과학에서 보면 유전자의 문제이지 영성의 문제로 보지 않고요. 저는 또 다 맞는 말인 것처럼 여겨져서, 미미한 인간으로서의 저는 그 관계를 정확하게 포착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제 경험상 생각해보면 저희 집에 딸이 세 명인데요. 서로 비슷하게 살았잖아요. 유전자도 비슷할 것이고요. 그런데 세 명이 기질이 참 달라요. 그리고 제가 노력하지 않고도 잘하는 것들이 있어요. 타고난 재능은 내가 정한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것이 유전자일까? 아니면 전에 살던 나의 영성의 습관일까?’ 하는 질문이 드는 거죠. 어떤 때에는 제가 작가가 된 것도 제가 정한 게 아닌 것 같은 거예요. 물론 매번의 어떤 선택들은 제가 하는 게 맞지만, 궁극적으로 저의 어떤 기질이 분명히 있죠. 예를 들면, 반복하는 것을 잘 못 해요. 늘 매일매일 다른 것을 해야 하죠. 들은 음악의 음정을 그대로 짚어낸다던가, 본 것을 그대로 그릴 수 있는 것 같은 제게 주어진 능력 같은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제가 정한 게 아니잖아요.
Q. 어떤 면에서 보면, 우리가 계속 영성이라고 부르지만 꼭 영성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될 그 무엇을 알아가는 과정과 예술을 탐구하는 과정에 흡사한 구석이 있는 것 같아요. 정의도 매번 바뀌고, 실체가 명확하지 않지만 그것을 알기 위한 온갖 노력이 있어왔다는 점에서요. 그렇다면 영성 탐구와 예술 탐구 모두 어떤 감각을 확장한다고 했을 때, 그 확장을 위한 노력에 여러 도구가 필요할 텐데요. ‘영성의 정체를 탐구해온 인류의 노력과 온갖 소동들에 관한 리서치’라는 프로젝트 제목처럼, 이 노력과 소동 안에는 영성을 감지하게 하거나, 영성의 세계를 알아차리기 위한 매개물 역시 무척 다양하게 등장하는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는 음악, 무브먼트, 명상, 식물 같은 것이 있을 텐데요. 영성과 이런 매개물 사이의 관계를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데스 :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죠. 제가 해 온 남미 인디언 샤먼과의 경험들도 지금까지 제게 영향을 많이 준 것 같아요. 그들에게 나름의 엄청난 지혜가 축적된 것 같아요. 요즘에는 화학적 약물, 합성물들이 현대 사회에서 향락적으로 쓰이잖아요. 무언가를 경험하고, 나름의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도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는 그 과정이 없으면 에고가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우스갯소리지만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자기 고양감이 높다는 리포트도 있더라고요. 원래 명상을 하면 자기 고양감이 낮아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아무리 강력한 매개물이 있다고 해도, 경험 후의 과정이나 삶의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하죠.
Q. 지금의 세계는 여러 가지 세계관이 한 데 뒤섞여 있는데요. 영성과 관련해 작가님께서 변치 않고 믿고 있는 부분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안데스 : 아직 너무 많이 헷갈려서 제가 단언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보다 훨씬 전에, 제가 <데일리 코디>라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했던 인터뷰 중에 “내가 나는 뭔지 모르겠지만 어떤 나에 대한 어떤 믿음이 있다” 이런 말을 종종 했더라고요. 오히려 지금은 그때 말했던 믿음이 뭔지 모르겠는데 말예요. 지금은 오히려 이것저것 조금씩 알게 되니까 더 헷갈리고, 함부로 이게 맞다 안 맞다 이런 말도 못 하겠어요.
*c-lab 5.0 랩메이트 워크숍 (사진 : 코리아나미술관)
Q. 마지막으로 2달 간, 랩메이트와 함께 한 리서치는 어떠셨어요? 이제 공동 렉처로 그 과정을 선보이게 될 텐데요.
안데스 : 사실 제가 궁금한 부분을 공부해주시는 분도 계시고, 제가 전혀 알지 못했던 것들도 이야기해주시는 분도 계셔요. 여럿이 모이다 보니까 각자의 관점이 있어서 재밌어요. 각자의 질문 한 가지만 가지고 있어도 10명이 모이면 질문이 10개가 되고,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저 자신도 어떤 답을 쉽게 내뱉지 않고 다양한 것들이 내 안에서 공존하게 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질문에 대해 답을 내리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어요. 특히 영성에 대한 질문은 ‘평생 알아가는 일이겠구나, 용수 스님 말씀처럼 그러다가 죽을 때 참나를 보게 되면 그때서야 깨달음의 기회를 얻으려나?’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인터뷰 진행 : 박수지 (*c-lab 객원 큐레이터), 최선주 (*c-lab 어시스턴트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