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재료는 다양하다. 나무, 흙 등의 자연재료는 물론, 산업화 시대가 발달한 이후 등장한 플라스틱 같은 합성수지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재료 중에서 종이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재료이다. 중국 후한(AD25-220)의 채륜蔡倫이 기존의 제지법을 발달시켜 종이의 보급에 크게 기여한 이후, 종이는 동아시아와 유럽의 학문, 예술, 생활의 발달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종이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시기와 방법에 대한 기록은 전하지 않지만, 삼국 시대 중국과의 교류로 전해진 서적 및 불교의 유입으로 그 시작을 보는 견해가 많다. 이후 우리나라의 닥나무를 주재료로 하는 한지 제작기술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고구려 출신 승려 담징曇徵이 일본으로 제지기술을 전래했다는 「일본서기日本書紀」의 기록과 현존하는 삼국 시대의 종이 유물은 이를 뒷받침한다. 일상의 재료로서 종이는 다른 재료와 비교해 다양한 형태와 색으로 변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약간의 변형과 가공을 더 하면, 누구든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기름이나 옻칠을 하면 내구성도 강해져 종이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종이는 가볍다. 같은 형태의 생활용품이라도 나무나 금속보다 월등히 가벼워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종이는 자연 친화적이고 재활용을 할 수 있어 기존의 것을 변형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조선 왕실에서도 실록을 위해 기록했던 사초史草를 실록완성 후 물에 씻어 글씨를 지우고[洗草] 그 종이를 재활용하였으며, 일반 가정에서는 떼어낸 문풍지나 낡은 서책 등을 꼬아서 만든 종이 끈[지승紙繩]으로 일상용품을 만들어 썼다. 전시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에서 마련한 스물한 번째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이 소장한 보물 1412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과 1665호 상지은니대방광불화엄경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전시를 통해 우리나라 제지기술의 우수성을 알고, 삶에 스며들어 우리와 함께해온 다양한 종이 유물을 만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후 원 ㈜코리아나 화장품 * 2018년 1월 2일부터 보물 1412호와 1665호는 유물 보존을 위해 교체하였습니다. 책과 재봉구 등 우리 일상에서 보다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종이 유물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