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6년. 일본과 맺은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강화도 조약) 이후 굳게 닫혀 있던 조선의 문이 열렸다. 조선의 쇄국정책으로 말미암아 틈틈이 기회만 엿보던 서구 열강은 개항 이후 앞다퉈 이 땅을 찾았다. 이 시기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에겐 각자의 이념과 목적 달성을 위한 사명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들이 바라본 조선의 모습은 방문자의 목적과 관심 정도, 조선 민족과의 교류 정도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시각으로 전하고 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조선은 매우 흥미로운 사회였다. 사람들은 낯선 이방인에게도 선뜻 호의를 베풀 만큼 정감 있고, 타문화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포용력이 있었다. 자연의 풍경은 아름다웠고, 사람들은 환경에 순응하며 살았다. 이러한 모습에 대해 일부는 조선이 문명화되지 못했다는 관점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갖고 있었던 서구 문화 우월주의에서 비롯되었거나, 왜곡된 정보를 근거로 한 판단이었다. 반면 상대주의적 관점에서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조선을 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한 사람도 많았다. 이들이 남긴 기록물과 사진, 영상 등에는 관혼상제冠婚喪祭를 비롯해 과거 우리의 모습을 자세히 알 수 있는 내용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더불어 조선이 자주국임을 알리고자 애쓰며,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노력했던 황실 모습 등 격변기 조선의 모습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조선의 독창적 모자 문화를 극찬하며 남겨 놓은 많은 기록을 통해 우리는 사라져버린 우리나라 모자 문화의 마지막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의 스물세 번째 기획 전시다. 전시는 개항 이후부터 일제강점기를 전후하여 이 땅에 머물다간 외국인의 기록과 격동기 조선의 모습을 알려주는 유물을 통해 근대 조선 사회를 만나고자 한다. 타자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기록과 또 다른 타자인 현대의 우리가 바라본 과거 모습에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거나, 잊힌 문화를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후 원 ㈜코리아나 화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