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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히스토리 #3 《퍼포밍 필름》: 무빙 이미지로 살펴본 퍼포먼스의 몸짓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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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코리아나미술관 입니다:)

2003년에 개관한 이래로, 코리아나미술관은 다수의 기획전을 통해 실험적인 현대 미술을 소개하고 신체, 미디어, 퍼포먼스, 여성 같은 현대 미술의 주요한 쟁점들을 탐구해 왔습니다. ‘코리아나미술관 전시 히스토리’ 시리즈는 주요 맥락을 가지고 진행되었던 지난 기획전을 다시 들여다보며, 코리아나미술관만의 기획을 통해 다뤄진 유의미한 담론과 작품들을 더 많은 분과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합니다.

지난 《피처링 시네마》 편에서 우리는 영상 매체,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가 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지요. 그런데 ‘미디어 아트의 시대’ 라고도 할 수 있는 오늘날의 미술 상황을 생각해볼 때, 영상 매체가 현대 미술에서 수용되며 전개된 그 다채로운 양상을 한 편으로만 다루기엔 다소 아쉬울 듯합니다. 해서!

코리아나미술관 전시 히스토리를 조명해보는 세 번째 순서로 살펴볼 전시는 바로!
2014년 아트인컬처 '올해의 전시' 기획전 부문1위로 선정된 전시이자, ‘영상으로 제시된 퍼포먼스’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현대 미술에서 영상 매체가 활용된 흐름을 탐구했던《퍼포밍 필름》입니다!


Image: Willi Dorner, Above Under Inbetween, performance, 50min, 2009. Courtesy of Lisa Rastl

#3
퍼포밍 필름
Performing Film
2013. 4. 11. – 2013. 6. 15.

참여작가

스테파니 오뱅 & 아르노 바우만, 마갈리 샤리에, 지나 크자르네키, 빌리 도르너, 니콜라 플로크, 윌리엄 포사이스 & 티에리 드 메이, 알랭 그스포너, 데이비드 힌튼, 쉘리 러브, 질리안 웨어링, 라마티크(란바 카라도티르 & 마리아나 모르코르)

‘포스트모던’의 철학자 장-프랑수아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는 신체적 ‘제스처’(gesture)가 일상의 합리성이나 유용성을 뛰어넘어 대안적인 사고의 모델로 작동할 수 있음을 언급하며, 몸으로 쓰는 대안적인 사유 행위로서 퍼포먼스가 갖는 철학적·정치적 가능성을 논의할 포문을 열어놓은 바 있습니다. 《피처링 시네마》는 무엇보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미술계의 이목을 끌었던 이러한 ‘퍼포먼스’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전시였습니다. 예컨대, 2010년~2013년 사이 국내외 전시의 주요 흐름 중, 현대 미술에서 활용되는 퍼포먼스와 아방가르드 댄스를 다시 조명하고자 하는 경향과 함께, 퍼포먼스가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는 다원 예술의 구심점으로서 갖는 특성에 주목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파리 퐁피두 센터의 《Danser sa vie》(2011)나 런던 테이트 모던의 《A Bigger Splash》(2012)등 대형 기획전으로 가시화된 바 있지요.

동시에 《퍼포밍 필름》을 구성하는 또 다른 한 축은 코리아나미술관이 지속적해서 파고들어 온 주제이기도 한 
‘신체’입니다. 특히 《퍼포밍 필름》은 다종다양한 퍼포먼스에서 이루어지는 신체의 움직임을 ‘몸짓’ 언어로서 통합적으로 사유하는 한편, 영상 매체가 이 몸짓 언어를 ‘무빙 이미지’라는 시각 언어로 치환하며 가능케 한 (시)지각의 확장과 그러한 ‘몸짓’들이 현대 사회 속에서 갖는 함의를 폭넓게 조망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통해 《퍼포밍 필름》은 동시대적 맥락과 함께 ‘퍼포먼스 비디오’가 갖는 미술사적 함의를 충실히 고려하면서도, 퍼포먼스 비디오를 단순한 기록의 차원이 아닌, 완성된 독립적인 영상 작품으로서 바라보는 기회 또한 마련했습니다.

퍼포먼스보다는 ‘필름’, 즉 영상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여기서 퍼포먼스는 영상 내부의 안무된 장면 혹은 편집된 장면에 있고,
‘퍼포밍’이라는 단어는 영상 안에서 표현되는 다양한 몸의 형태에 조응한다.

- 김해주, <카메라, 기록과 연출 사이> 6월호 FOCUS -


그럼 《퍼포밍 필름》에서 선보인 작품들을 한 번 살펴볼까요?

《퍼포밍 필름》은 작품에서 기능하는 몸 그리고 몸짓의 역할에 따라 크게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됩니다. 

# 1. 무빙 이미지로 제시된 유동적 신체와 시각적 무의식

Gina Czarnecki, Cellmass, HD single channel video, 18min, 2007Courtesy of the artist

첫 번째, ‘무빙 이미지로 제시된 유동적 신체와 시각적 무의식’에서 주목하는 작품들은 신체의 움직임을 다양한 영상 편집방식을 통해 하나의 ‘시각적 이미지’로 재구축합니다. 이를테면, 지나 자르네스키(Gina Czarnecki) 영상 작품 Nascent에서 카메라의 기계적 눈이 포착해낸 퍼포밍하는 신체들은 기묘하고 무의식적인 시각적 백일몽과도 같습니다. 생명 공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사운드 아티스트 등과 협업하여 무수한 잔상의 중첩으로 포착해낸 무용수들의 몸은 마치 뼈와 살로 이루어진 신체 기관을 떠오르게 하는 데요. 이들이 복잡하게 얽히며 만들어내는 살의 풍경은 끊임없이 증식하고 돌연변이하는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을 상기시킵니다. 동시에 이 작품에서는 외부이면서 내부이고, 전체이면서 부분이기도 한 신체의 이중성이 시각적으로 증폭되면서 보는 이에게 심리적 잔상을 남깁니다.


# 2.수행적인 몸

Gillian Wearing, Dancing in Peckham, colour video with sound, 25min, 1994Courtesy of the artist and Maureen Paley, London

두 번째, '수행적인 몸’의 작품들에서 퍼포머의 몸은 단순한 관람의 대상이라기보다 현실과 결합한 행위의 주체로서 공적 공간에 개입하여 수많은 몸과 상호 작용하면서 사회적 맥락을 덧입습니다. 대표적으로 질리안 웨어링(Giillian Wearing)의 Dancing in Peckham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충돌하는 지점에 대한 작가의 신체적 탐구입니다. 작가는 전작들을 통해 공적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삶에 주목해왔지요. 이 작품 역시 실제로 빌딩 한복판에서 자신만 들을 수 있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는 여성을 목격했던 작가의 경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작가는 런던 페컴 구에 있는 한 대형 쇼핑몰을 찾아가 자신이 목격했던 그 여성으로 분합니다. 행인들의 무심한 시선 가운데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에 몰두하고 있는 작가의 몸짓은 그 자체로 개인의 진지한 감정표현과 사회적 삶의 규범 사이의 괴리와 부조화를 보여줍니다.




# 3. 일상의 몸짓이 퍼포먼스로

Shelly Love, Cling Film, single channel video, 6min 15sec, 2005Courtesy of the artist

질리안 웨어링의 작품이 퍼포먼스라는 예술 행위를 통해 공적인 장소에 사적인 몸을 개입시킴으로써 모종의 사회적 함의를 획득했다면, 세 번째‘일상의 몸짓이 퍼포먼스로’에서 살펴볼 쉘리 러브(Shelly Love)의 작품은 거꾸로 일상적인 제스처를 예술 작품 속에서 재해석하여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는 플럭서스와 해프닝 등 일상을 예술로 제시하며 예술과 삶의 간극을 좁히고자 했던 네오 아방가르드의 실천들에서 그 전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Cling Film은 노동자들이 제품의 품질을 테스트하는 과정을 편집하여 이를 퍼포먼스-댄스로 제시한 영상 작품입니다. 여기서 노동자들의 신체는 반복적인 편집 기법과 화면 효과를 거쳐 퍼포먼스로 재결합되는 일종의 유기체이자 조각적 오브제로 화합니다. 마치 19세기 영국 산업혁명을 떠오르게 하는 어두운 영상에서 리얼리즘과 심리적 판타지는 자연스럽게 공존합니다.




# 4. ‘퍼포먼스 페인팅, 페인팅 퍼포먼스’

Nicolas Floc’h, Performance Painting #2, HD single channel video, 9min, 2005Courtesy of the artist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 미술계에서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신체를 회화를 제작하는 ‘매체’로 활용했던 뚜렷한 흐름이 있었습니다.‘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으로 잘 알려진 잭슨 폴록(Jackson Pollock)의 작품 외에도, 조르주 마티외(Georges Mathieu), 이브 클랭(Yves Klein), 피에로 만조니(Piero Manzoni)등 유럽 작가들의 재연 작업과, 일본의 구타이(Gutai) 그룹의 퍼포먼스까지, ‘예술가의 존재’를 작품으로 치환하는 과정에서 단연 중요한 매개체는 바로 ‘예술가의 신체’였지요. 네 번째, ‘퍼포먼스 페인팅, 페인팅 퍼포먼스’에서 살펴볼 니콜라 플라크(Nicolas Floc’h) Performance Painting 시리즈는 정확히 이러한 계보 아래 위치시킬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퍼포머는 흰 방에서 하얀 옷을 입고 위로부터 떨어지는 검은 물감 방울을 닦아내는 댄스-퍼포먼스를 수행합니다. 남겨진 퍼포먼스의 흔적들이 하나의 회화로 제시되는 Performance Painting 에서 흰 방은 단순히 작품이 제작되는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퍼포머의 몸짓과 에너지를 담아내는 ‘삼차원의 액션 페인팅’이 됩니다.

이처럼 《퍼포밍 필름》은 퍼포먼스라는 비물질적인 몸짓 언어가 영상, 즉 무빙 이미지라는 시각 언어와 연동할 때 어떻게 우리의 지각과 사유를 확장할 수 있는지, 그리고 퍼포먼스가 어떻게 자유와 해방을 위한 대안적인 신체 언어로 작동하면서 다시금 우리의 몸과 삶에 기입되어 변화를 지향케 하는지를 가늠해보고자 했던 전시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아가 《퍼포밍 필름》에서 확인된 퍼포먼스라는 매체의 유기적 특성, 즉 타매체나 인접 장르와의 접합을 통해 무한한 변주가 가능한 퍼포먼스의 매체적 확장 가능성은 이후 2014년 코리아나미술관이 기획한 《코드 액트Code Act》의 탐구 주제로도 연결됩니다. 앞으로도 코리아나미술관은 차별화된 기획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 매체와 무빙 이미지,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가 가지는 확장 가능성에 관한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코리아나미술관, 202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참고문헌
『퍼포밍 필름 Performing Film』 전시 도록, 코리아나미술관, 2013.
에리카 피셔-리히테, 김정숙 역, 『수행성의 미학』, 문학과지성사, 2017.
질 들뢰즈, 이정하 역, 『시네마Ⅱ: 시간-이미지』, 시각과 언어, 2005.
Erin Brannigan, DanceFilm Choreography and the Moving Image, Oxford University Press, 2011.
Steve Dixon, Digital Performance A History of New Media in theater, Dance, Performance Art and Installation, The MIT Press, 2007.
Sherril Dodds, Dance on Screen Genres and Media from Hollywood to Experimental Art, Palgrave Macmilan, 2001.
Jean-François Lyotard, “Gesture and Commentary”, Iyyun: Jerusalem Philosophical Quarterly, 42, 1 (1993), pp. 3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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