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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히스토리 #4 《코드 액트》: 혼성적인 퍼포먼스가 보여주는 일상적 코드의 전복

  • 미술관_학예팀


안녕하세요, 
코리아나미술관 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한 요즘 가장 먼저 격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몸’이죠. 지금까지 지켜보았듯, 우리 몸은 마치 기차역이나 터미널과 같아서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 사물, 사건들과 조우하고 접촉하며 바이러스의 전파와 감염을 매개합니다.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겁니다.

프랑스의 미학자 
장 뤽 낭시(Jean-Luc Nancy)의 말을 빌리자면, 이처럼 우리의 몸은 하나의 개체로서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분절화되고 외부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실로 코로나 사태는 우리 몸이 무수한 사회적 관계들이 교차하며 관계와 교섭이 이루어지는 ‘유기적인 과정’이자, 모든 가능성에 열려있는 ‘개방성’ 그 자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동시대 미술 영역에서도 ‘몸이 만들어내는 언어'로서 '퍼포먼스'에 주목했던 예술가들은 일찍이 우리 몸이 갖는 개방성과 유기성,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생성되는 퍼포먼스의 전복적 가능성에 주목해왔습니다. 지난 《퍼포밍 필름》에서 우리는 영상 매체를 거쳐 무빙 이미지로 변환된 다양한 퍼포먼스 작품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퍼포밍 필름》은 "퍼포먼스 보다는 필름", 즉 무빙 이미지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전시였다고 할 수 있지요. 그래서 오늘은 이야기의 무게추를 퍼포먼스 쪽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합니다.

코리아나미술관 전시 히스토리 시리즈의 네 번째 순서로 소개드릴 전시는!
아트인컬처 선정, 2014년 올해의 전시 그룹전 부문 2위에 오른 전시이자,
퍼포먼스에서 드러나는 몸짓 언어를 탐구함으로써
퍼포먼스의 무한한 매체적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던,
《코드 액트 Code Act》입니다.

Image: The Wooster Group, To You, The Birdie! (Phèdre), single channel video (color, sound), 75:47min, 2002/2011Courtesy of the artist

#4
코드 액트
Code Act
2014. 9. 4. – 2014. 11. 15.

참여작가
욘 복, 코드 액트, 덤 타입, 정금형,
조안 조나스, 메리 레이드 캘리,
윌리엄 켄트리지, 로리 시몬스,
캐서린 설리반, 우스터 그룹

현대 미술에서 '몸'에 대한 관심은 미국 모더니즘 미술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60년대 이후 신체미술로 기표화된 흐름과, 90년대 페미니즘, 정신분석학의 맥락에서 다뤄졌던 신체미술 담론을 거쳐 오늘날까지도 유효합니다. 세계와 주체, 주체와 타자, 물질과 정신이 만나는 접점으로서, 무수한 상황들이 교차하는 접촉의 장소인 몸은 여전히 현대 미술의 주요한 쟁점이지요.

몸짓 언어로서 '퍼포먼스'가 갖는 가치는 무엇보다 그것이 고정된 언어적 진술의 한계를 넘어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촉발하는 변화의 가능성과 개방성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 미술에서 퍼포먼스가 회화, 조각, 오브제 등 미술의 다양한 조형 매체와 융합하는 것에서 나아가, 무용, 연극, 영화와 같은 인접 예술 장르나 역사, 인류학, 문학, 등 다양한 학문 영역과도 연계하며 무궁무진한 지각의 확장과 의미 작용의 연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일 것 입니다. 그리고 이는 정확히 코리아나미술관이 《코드 액트》를 통해 살펴보고자 했던 지점이기도 합니다.

《코드 액트》는 다양한 시각 예술 매체와 학제 간 연구를 아우르는 퍼포먼스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변화와 가능성의 장소로서의 몸이 갖는 접촉, 소통, 개방성의 가치를 가시화하는 한편, 그것이 특정한 상황과 맞물리며 발생시키는 수행적인(performative) 의미에 주목했습니다. 또한 《코드 액트》가 선보이는 혼성적인 퍼포먼스 작품들은 단순히 장르의 융·복합을 시도하는 ‘다원예술’이라는 표면적 차원을 넘어, 탈/재맥락화된 퍼포먼스가 증폭시키는 의미 작용을 통해 삶에서 통용되는 주류의 코드, 즉 기존의 관례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아가 그것을 어떻게 재코드화 할 것인지를 반문합니다.

퍼포먼스의 장르적 확장을 통해
최근 다시 부상한 퍼포먼스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었으며,
주제를 부각시키는 작가 선정이 빼어났다.

- 임근혜, 『Art in Culture』, 2015년 1월호 -

 

그럼 《코드 액트》의 작품들을 함께 살펴보시죠!

《코드 액트》는 각각의 전시 작품에서 드러나는 몸의 수행적 의미에 따라 크게 네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 1. 끊임없이 흔적을 남기는 ‘수행적 사건’으로서의 몸

William Kentridge, 7 Fragments for Georges Méliès_Balancing Act, 1:15min, 2003Courtesy of the artist

먼저,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는 몸이 다양한 시각 예술 매체와 상호작용할 때 어떠한 수행적 가치를 지닐 수 있는지 대표적으로 보여줍니다. 켄트리지는 작품에서 드로잉, 설치, 무대 디자인 등 미술의 조형 매체뿐 아니라 스톱 모션, 다중 노출, 디졸브 등 영화 편집 기법을 혼용하며 매체간의 기술적 융합 가능성을 실험합니다.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영상 이미지가 계속해서 흔적을 남기며 지워졌다 다시 나타나는 효과가 반복되는데요. 이는 존재와 부재 사이에서 매 순간 이동하는 의미 작용을 암시합니다. 또한 이처럼 지속적으로 흔적을 남기는 행위는 주체가 스스로를 의미화하며 세계 속에 자신의 존재를 정박하는 수행적 과정 자체에 대한 메타포로도 볼 수 있습니다.

# 2. 경계를 넘어서는 ‘매개자’로서의 몸

Cod.Act, Pendulum Choir, single channel video, 12:32min, 2011Courtesy of the artist

퍼포먼스가 또 다른 오브제와 융합할 때, 퍼포머의 몸과 오브제 역시 연결되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습니다. 이때 퍼포머의 몸은 자신의 존재의 경계를 넘어서 의미를 획득하는매개자(mediator)가 됩니다. 그룹 코드 액트(Cod.Act)의 Pendulum Choir에서 압력으로 움직이는 유압잭에 연결된 성악가들은 기울기와 중력이 가하는 신체적 구속 아래 기묘한 소리들를 만들어냅니다. 물리적으로 억압된 몸들이 만들어내는 이 어두운 불협화음은 교회 성가의 형식을 취하는 작품의 외적 구조와 몸, 춤, 노래가 미분화된 원시적인 제의의 경계에서 언어화된 세계로 진입하기 이전의 신화적 단계를 상기시킵니다.

# 3. 테크놀로지를 통한 '다감각적 지각 경험'

The Wooster Group, To You, The Birdie! (Phèdre), single channel video (color, sound), 75:47min, 2002/2011Courtesy of the artist

가상현실과 같은 디지털 매체와 테크놀로지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서는 몸의 변이를 더욱 가속화합니다. 미국의 실험연극 집단 우스터 그룹(The Wooster Group)의 작품 To You, The Birdie! (Phèdre)에서 퍼포머들의 몸은 비디오 영상, 사운드 이펙트, 기계 장치를 통해 0과 1로 코드화된 몸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신체의 현존과(presence) 재현(representation)을 끝없이 교차시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를 통해 몸과 연결된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퍼포머의 신체적 정서적 경험을 보다 ‘만질 수 있는’ 것처럼 전달하는 촉각적인 매체로서 그 효과를 입증한다는 것 입니다.

# 4. 역사, 신화, 문학을 몸으로 치환한 ‘포스트 드라마’

Mary Reid Kelley, The Syphilis of Sisyphus, high definition video with sound, 11:02min, 2011Courtesy of the artist

몸을 디지털 기호로 변환하는 최첨단의 테크놀로지가 퍼포먼스의 매체적 혼성성을 증폭시킨다면, 퍼포먼스를 통해 신화와 역사의 고전 텍스트들을 몸의 언어로 변환하는 작품들은 우리에게 퍼포먼스의 저항적 가능성을 가늠하게 합니다. 메리 레이드 캘리(Mary Reid Kelley)의 The Syphilis of Sisyphus에서 고전 텍스트가 지니는 정연한 서사와 재현적 권위는 영화, 무대, 패션, 시가 중첩된 퍼포먼스를 통과하면서 돌발적인 사건들과 언어유희, 과장된 몸짓, 무대 장치와 결합하며 희화화됩니다. 이를 통해 캘리는 고전 텍스트를 비선형적 서사와 몸이 갖는 수행성, 이미지, 사운드가 핵심이 되는 ‘포스트 드라마’적 형태로 번안하며 전통적인 거대 서사의 문법을 재코드화합니다.

즉, 《코드 액트》는 논리 이전의 언어로서, 역사와 사회를 가로지르며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고 움직이는 몸의 저항적 가능성을 다채로운 퍼포먼스 작품들을 통해 가시화하고자 했던 전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몸과 함께 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 자체가 갖는 의미는 코리아나미술관이 오랫동안 관심 가져온 주제이기도 한데요. 이번 《코드 액트》에서 우리가 현대 미술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육체가 만들어내는 움직임들을 주로 살펴보았다면, 다음 시간에는 인간이 생명이 없는 대상에 인공적으로 '움직임'을 부여하는 매체인 애니메이션과 현대 미술이 조우하며 만들어낸 다양한 형식적 실험들을 살펴보면 어떨까 합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더욱 알찬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코리아나미술관, 202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참고문헌
『코드 액트 Code Act』 전시 도록, 코리아나미술관, 2014.
장 뤽 낭시, 김예령 역. 『코르푸스』, 문학과 지성사, 2012.
Rosemary Klich and Edwards Scheer, Multimedia Performance, Plagrave Macmillan, 2012.
Richard Schechner, Performance Studies: An Introduction, Routledge, 2002.
Amelia Jones, Geoffrey Batchen, Ken Gonzales-Day, Peggy Phelan, Christine Ross, Guillermo Gomez-Pena, Roberto Sifuentes, Matthew Finch, “The Body and Technology”, Art Journal, Vol. 60, No. 1, Spring,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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