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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히스토리 #10 《댄싱 마마 Dancing Mama》: 유쾌한 위반의 몸짓들

  • 미술관_학예팀

삶에서 슬프고 절망스러운 일을 마주할 때 여러분은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그럴 땐 보통 친구와 재미있는 수다를 떨며 마음 속 감정들을 해소 하거나, 코미디 영화를 보며 한바탕 웃어버리곤 하지요. 생각해보면, 우리가 슬픔과 절망을 극복할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한 가지 방법은 웃음, 유머, 춤과 같은 유희의 방식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의 전시 히스토리
열 번째 이야기에서는
다채로운 여성 서사에 주목했던
《텔 미 허스토리 》편에 이어,
유쾌한 위반의 몸짓들로
변화와 실천의 주체로 거듭난
여성들을 조명한 전시,
《댄싱 마마》(2015)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Image: Inci Eviner, Runaway Girls, Produced by SAHA Association, single-channel video, 7min 30sec, 2015.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Nev, Istanbul


#10

댄싱 마마
Dancing Mama
2015. 10. 08. - 12. 05.

참여작가
안은미, 재닌 안토니 & 스테판 페트로니오,
멜라니 보나요, 인치 에비너, 레지나 호세 갈린도,
홍이현숙, 커스텐 저스테센, 정금형,
로레 프로보스트, 사라 푸실,
클라우디아 라인하르트, 콜레트 어반

《댄싱 마마》는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여성 작가들의 퍼포먼스 작품으로 드러나는 여성주의의 세대교체 흐름과 그 변화의 양상을 포착하고, 새로운 여성주의의 가능성을 상상해보고자 기획되었던 전시입니다.

70년대 이후 페미니즘 미술의 맥락에서 등장한 여성 신체 퍼포먼스 작품들에서는 모종의 분명하고 뚜렷한 ‘목적’을 읽어내는 것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말하자면 가부장주의 이데올로기에 충격적이거나 가학적인 제스처로 맞서는 ‘저항의 몸짓’이었죠. 자신의 성기에서 두루마리 종이를 꺼내 읽는 캐롤리 슈니만(Carolee Schneemann)의 퍼포먼스나 유혈이 낭자한 아나 멘디에타(Ana Mandieta)의 작품들을 대표적으로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댄싱 마마》는 이러한 흐름에서 살짝 비켜나 웃음, 유머, 춤이라는 전혀 다른 언어로 현존하는 가부장적 질서와 여성이 마주하는 현실적 문제들을 은유하거나, 꿈, 그로테스크, 멜랑콜리아와 같은 초현실주의적인 언어로 여성의 서사를 보다 심리적이고 내밀한 차원에서 접근한 작가들에게 주목했던 전시 입니다.

《댄싱 마마》는 화이트큐브미술관의
배타적이고 권위적인 순수미학 대신,
사회현실에 열려있고 다양한 타자들과 긴밀하게 관계 맺는
작품들을 통해 혼종적인 양태와
복잡다단한 질(quality)을 확보한 전시라 할 수 있다.

강수미(동덕여자대학교 회화과 교수),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대미술의 탈 오이디푸스 모험”,
『댄싱 마마 Dancing Mama』 전시 도록, 코리아나미술관, 2015, p. 25.




# 1. 존재의 ‘결여’를 표상하는 퍼포먼스

신체 퍼포먼스에 대한 해석은 많은 경우 정신분석학에서 설명하는 ‘주체형성 과정에서 겪게 되는 결여’와 연관되어 왔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러한 결여란 인간이 선재하는 언어와 규칙으로 이루어진 세계인 ‘상징계’로 진입하며 하나의 주체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존재의 누락과 잔여를 말합니다. 그렇기에 인간은 언제나 완전하고 통합적인 정체성 형성에 실패하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이죠. 우리는 이러한 존재의 불완전함과 완전한 정체성의 부재라는 표상을 유독 여성 신체 퍼포먼스 작품들에서 더 많이 마주하게 되는데요. 그건 아마도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그 결여의 기호가 여성에게 더 많이, 더 강하게, 더 아프도록 각인되었기 때문”1 이겠지요.

Regina Jose Galindo, Tierra, digital video(color, sound), 15min 24sec, 2013.
Courtesy of the artist

레지나 호세 갈린도 (Regina Jose Galindo)의 <대지>는 이러한 ‘결여’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수많은 퍼포먼스 작품들을 통해 과테말라 사회에 만연한 젠더 불평등, 여성 폭력 문제를 언급해왔던 작가는 이 작품에서 주변의 땅을 무자비하게 파헤치는 육중한 중장비 기계 앞에 헐벗은 몸으로 결연히 맞섭니다. 대지는 어머니, 곧 여성을 나타내는 유구한 상징이기도 하죠. 작품 속에서 포크레인에 마구 할퀴어진 대지는 오랜 시간 여성의 몸을 지배해 온 억압과 폭력의 역사를 은유합니다.




# 2. 모호하고 이질적인 여성 신체 퍼포먼스

한편, 2,000년대 이후의 여성 신체 퍼포먼스에서는 이와는 사뭇 다른 경향이 발견됩니다. 이 새로운 경향은 남근적 질서의 전복을 향한 급진적이고도 목적지향적이었던 기존 퍼포먼스의 제스처들과는 달리, 보다 모호하고 유연한 톤과 어조를 그 특징으로 하는데요. 특히 상징, 은유, 시적 언어와 초현실적인 표상을 활용하는 ‘유사-초현실주의적’인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이론가인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상징적인 요소와 이질적인 기호적 요소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다성의 공간과 여성성의 관계를 이론화한 바 있습니다.2 간단히 말해 언어적인 것들과 언어로는 포착할 수 없는 것들의 충돌과 파열, 이미지와 시적 언어의 세계가 여성성과 연결되는 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는 남성과 여성이 구분되기 이전의 시원적 상태를 뜻하는 플라톤의 코라(Chora)개념과의 유비를 통해 설명됩니다. 그리고 크리스테바가 말하는 어떠한 언어로도 틀 지을 수 없는 모호함의 영역, 기호 이전의 원형적 세계, 남성과 여성이 미분화된 혼성적이고도 모호한 공간은 이 새로운 퍼포먼스의 경향을 바라볼 수 있는 하나의 가능한 시각을 제공하지요.

Inci Eviner, Runaway Girls, Produced by SAHA Association, single-channel video, 7min 30sec, 2015.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Nev, Istanbul

가령,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떠나도록 종용받는 젊은 여성들의 꿈, 이야기, 공포를 다루는 인치 에비너(Inci Eviner)의 작품 <런어웨이 걸즈>를 살펴볼까요? 계속해서 돌고 도는 화면 속,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그 성별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인물들은 서로 쫒고 쫓기며 마치 꿈같은 상황을 연출합니다. 스스로 자신의 작업을 ‘언캐니 페미니즘’으로 명명하고 있는 작가는 역사 속에 각인된 상처, 공동체의 문화적 맥락과 신화, 전설들을 교차시키고 재구성하면서 비언어-전언어의 영역들을 가로질러 여성이 처한 실존적 문제들을 표상합니다.

Claudia Reinhardt, Killing Me Softly-Todesarten, c-print, 80x100cm, 2004.
Courtesy of the artist

또한, 클라우디아 라인하르트 (Claudia Reinhardt)는 ‘조용한 죽음-죽음의 방식들’ 시리즈에서 작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자살로 마감한 여성 예술가들의 죽음의 순간을 연기하고 이를 사진으로 연출하여 그들에게 부과된 사회적 억압, 불안, 공포를 가시화합니다.




# 3. 유희와 유머의 방식으로 작동하는 여성 신체 퍼포먼스

Melanie Bonajo, Genital Panik, recorded performance video, 45sec, 2012.
Courtesy of the artist and Bonajo and Akinci

Valie Export, Action Pants: Genital Panic, 1969, Screenprints. Photographed by Peter Hassmann. The Museum of Modern Art. Acquired through the generosity of Sarah Peter.
© 2020 VALIE EXPORT / 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 VBK, Austria.

다른 한편, 기이하고 모호한 몸짓 대신, 위트와 유머로 작동하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멜라니 보나요 (Melanie Bonajo)가 대표적인데요. 이는 멜라니 보나요의 작품 <성기 공포>를 작가가 의도적으로 차용한 발리 엑스포트(Valie Export)의 동명의 작업과 비교해보면 더욱 두드러집니다. 엄숙한 표정으로 총을 들고 성기를 노출한 발리 엑스포트의 사명감 넘치는 프로파간다적 제스처는 멜라니 보나요의 작품에서 성기를 형형색색으로 염색한 사람들의 퍼포먼스를 통해 하나의 유희적 놀이로 변형됩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여성 신체에 부가된 억압이나 폭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대신,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기제와 요소들을 희화화 하는 것이죠.

Hyunsook Hong Lee, A Ritual for Menopause2, archival pigment print, 2012.
Courtesy of the artist 

유머와 웃음의 코드는 홍이현순의 <폐경의례>에서도 발견됩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자전적이고 내밀한 기억에서 출발한 사진·영상 시리즈물입니다. 여성의 폐경을 '생물학적인 생산성 상실의 경험'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정의된 여성으로서의 역할과 지위의 초월'로 해석하는 작가는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지붕과 담벼락 사이를 종횡무진하는데요. 이는 말그대로 도시와 건물들로 표상되는 사회적인 공론의 장, 여성에게 닫힌 금기와 벽, 또다른 차원의 문을 넘어서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를 표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 4. 외부와 접촉하며 타자와 상호작용하는 축제의 장으로서의 퍼포먼스

Eunme Ahn, Dancing Grandmathers, HD video(color, sound), 2011. Courtesy of the artist

프랑스의 미학자 장-뤽 낭시(Jean-Luc Nancy)는 우리 몸이 하나의 완성된 개체가 아니라 외부로 향해 열려있는 것으로서 끊임없이 외부와 상호작용하는 것이라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또한 그렇기에 몸에 대한 진정한 사유는"몸의 단단한 낯섦, 다시 말해 사유하지도 사유되지도 않는 몸의 외부성과 접촉하는 지점" 에서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3 고 지적한 바 있죠.

안무가 안은미는 작품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를 통해 전국을 일주하며 시장, 미장원, 마을회관 등지에서 만난 여성 노인들의 몸짓을 춤으로 안무화하여 보여주면서, 외부와 교섭하는 여성의 몸을 시각화합니다.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온 몸을 들썩이는 할머니들의 현란한 몸짓과 여기에 자신의 몸을 섞는 젊은 현대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지층을 뒤흔들며 할머니들의 몸에 선연히 새겨진 삶의 굴곡과 기억, 시대와 역사의 한을 "흥"으로 파열시켜버립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몸짓'에 대한 사유는 단순히 할머니들의 의미없는 '막춤'보다는, 한 세대의 역사와 기억이 몸의 상호작용을 통해 외부로 전이되고, 동시에 그것이 새로운 몸에 접속하면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갱신되는 '인류학적 축제의 장'이라는 의미와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댄싱 마마》전의 제목과 전체적인 틀을 짓는 핵심 작품이었던 안은미 사단의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는 이후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져 나갔습니다. 본 작품은 국내뿐 아니라 유럽의 여러 연극제와 아트 페스티벌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큰 사랑을 받았고, 안은미 안무가는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 《안은미래》를 개최하기도 했지요.

또한 《댄싱 마마》전을 선보였던 2015년 당시 서울시립미술관에서도 동아시아 여성미술의 현재와 그 의의를 살펴보는 전시 《동아시아 페미니즘: 판타시아》가 개최되었는데요. 두 전시는 '포스트페미니즘' 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함께 논의되기도 했었답니다. 두 전시를 비교해서 보시는 것도 흥미롭겠지요?

배명지, "'여성-몸' 오늘의 지형도 저항이 웃음으로", 『아트인컬처』, 2015년 11월호

장승연, "'여성-타자'그 전복의 힘을 말한다", 『아트인컬처』, 2015년 11월호


이처럼 모호하고 이질적인 초현실주의적인 표상 방식, 위트와 유머, 즉흥적이고 신명나는 몸짓을 통해, 《댄싱 마마》의 작가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지점은 기존의 가부장적인 질서에 대한 도전과 저항을 넘어, 유쾌한 웃음으로 “표면으로 올라오지 못한 수많은 ‘비주체들’의 맥락을” 건져 올리고, 사라졌던 목소리를 복원하는 데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도 코리아나미술관은 그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여성의 다양한 삶의 결들과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탐구한 전시 이야기를 가지고 여러분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계속해서 전시 히스토리 시리즈에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코리아나미술관, 2020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참고문헌
1. 배명지, “댄싱 마마_위반의 몸짓들”, 『댄싱 마마 Dancing Mama』 전시 도록, 코리아나미술관, 2015, p. 07.
2. 줄리아 크리스테바, 김인환 역, 『시적 언어의 혁명』, 동문선, 2000, p. 26. (배명지, “댄싱 마마_위반의 몸짓들”, 『댄싱 마마 Dancing Mama』 전시 도록, 코리아나미술관, 2015, p. 08 에서 재인용.)
3. 장-뤽 낭시, 김예령 역, 『코르푸스-몸, 가장 멀리서 오는 지금 여기』문학과 지성사, 2012, p.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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