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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히스토리 #21 《re:Sense》: 감각이 지닌 다양한 층위를 감각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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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re:Sense

2018. 8. 23 – 11. 10

참여작가

박혜수, 전소정

"해석은 예술작품에 대한 감각적 경험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 뒤에, 거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지금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중략)

지금 중요한 것은 감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수잔 손택, 『해석에 반대한다』 (이민아 옮김, 이후, 2002), 34.



현대 사회의 정보와 물질의 풍요는 우리의 감각 기관을 무디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거리두기 지침으로 인해 감각적 경험을 할 기회가 적어짐에 따라 개인적으로 감각적 경험을 하기 위한 노력이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더위에도 4시간이 넘도록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과 같은 전시를 기다리는 것은 직접 예술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적 경험에 목마름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요?



"예술은 분노를 경험한 인간의 고통의 울부짖음이다. 그리고 이에 굴복하지 않고 달려드는 것이다. 무관심하게 ‘어둠의 힘’ 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기 위해 그 바퀴에 몸을 싣는 것이다.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시선을 돌리고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눈을 크게 뜨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각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느끼기 위해, 그리고 세상 밖에만 있는 것 같은 절차를 파악하기 위해 눈을 감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 안에서 예술 작품이라는 울림으로써 이를 표현하는 것이다."

Jelena Hahl-Koch (ed.), John C. Crawford(trans.), 『Arnold Schoenberg/ Wassily Kandinsky: Letters, Pictures and Documents』 (London, Boston: Faber & Faber, 1984), 54.

음악가 아놀드 쇤베르그의 이러한 언급처럼 우리는 감각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예술가가 인지한 감각을 표현한 예술 작품을 통해서 이러한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들어 높아진 예술 작품과 미술 전시에 대한 관심은 이러한 감각에 대한 갈망이자 MZ 세대의 새로운 유희 방식처럼 느껴집니다.

코리아나미술관은 지난 19년간 ‘신체(body)’ 담론을 중심으로 ‘예술가의 몸’, ‘피부’, ‘헤어’, ‘향’, ‘목소리’ 등을 주목한 심도있는 기획전을 지속적으로 선보여왔습니다. 지난 전시 히스토리에서는 신체에서 발생하는 ‘목소리’에 대해 주목한 《THE VOICE》의 이야기를 살펴보았는데요. 이번 스물한 번째 전시 히스토리에서는 신체를 통해 감각을 되돌아보는 전시 《re:Sense》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개관 15주년 기념으로 열린 이 전시는 코리아나미술관 운영하고 있는 *c-lab 2.0의 주제 “감각±”과 연결하여 미술관의 전시와 연간 프로젝트 간의 연결성과 확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Sojung Jun, <Bouba Kiki>,

《re:Sense》, Installation view at Coreana Museum of Art, 2018.


2017년부터 시작된 코리아나미술관의 *c-lab은 창작자와 기획자, 이론가, 연구자 등 문화예술계 및 연계 영역의 다양한 주체들이 매년 선정된 주제에 대해 함께 사유하기를 위한 플랫폼을 마련하고, 다양한 실천방식을 통해 탐구하고자 하는 연간 프로젝트입니다. 2018년 *c-lab 2.0에서는 “감각±”을 주제로 하여 신체에서 감각되는 담론들부터 기계와 가상의 감각까지 감각이 지닌 다양한 층위를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c-lab 2.0 감각± 자세히 보기>

특히, 본 전시에서는 신체를 통해 부단히 감각하는 우리의 행위, 감각적 존재로서의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자 시각예술부터 다원예술까지 폭넓은 영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박혜수와 전소정 작가를 초청했습니다. 《re:Sense》는 이 두 작가의 장소 특정적 작품을 통해 감각을 다시 사유해 보는 시간을 관람객에게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그럼 전시를 한 번 살펴볼까요?


1. 박혜수, 어느 불안한 밤의 심포니

지하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c-gallery 전시실 입구에 비스듬히 관람객의 시야를 차단하는 흰 벽과 벽의 오른쪽에 달린 나팔에 매달린 흰색의 베개 커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베개 커버에는 “H.E.L.P”라는 글이 수놓아져 있었는데요. c-gallery 전시장 안에는 박혜수의 <H.E.L.P>가, c-gallery의 왼쪽 복도 편에는 <굿나잇, 에브리바디>가 설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