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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中 金忠顯 先生을 기리며

  • 유상옥

一中 金忠顯 先生을 기리며

 

코리아나 화장품

兪相玉

 

내가 서예 대가이신 일중 김충현 선생을 처음 뵌 것은 1970년대 말입니다. 때는 동아 제약에 재직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일본 명치제과의 사장이 동아 제약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頭走 無路, 앞서서 가는 사람은 길이 없다’ 라는 뜻의 글씨를 받아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평소 친하게 지냈던 서예가 이백교씨를 통해 글씨의 대가이신 일중 선생을 알게 되었고, 그와 함께 일중 선생을 찾아 뵙고 글씨 부탁을 드렸습니다. 며칠 후에 ‘頭走 無路글씨를 두 장을 받았는데, 한 부는 명치 제과 사장에게 드리고, 나머지 한 부는 뜻이 좋아서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글이 내가 일중 선생께 받은 첫 번째 글입니다.

 

그 후에 백악동부에서 일중 선생을 자주 찾아 뵙고 여러 글씨들을 받았습니다. 3 종류의 글씨를 받았는데, 기업경영자로서 필요한 글씨, 개인으로서 새겨들을 만한 글씨, 일반적인 명구를 쓴 글씨입니다. 그 중에서 일중 선생에게 받은 가장 뜻 깊은 글씨는 바로 ‘愚公移山‘입니다. 내가 라미 화장품에서 10여년간 근무하다가 코리아나 화장품을 창업을 하게 됐는데 그때 일중 선생이 써주신 것이라 더욱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愚公移山‘을 설명을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중국에 우공이라는 사람이 산을 옮기기 위해서 흙을 파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스님이 우공에게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우공의 집 앞에는 산이 있고 산 앞에는 바다가 있었습니다. 집에서 바다를 보고 싶은데 산에 가려서 바다를 볼 수가 없으니 산을 헐기 위해 흙을 나르고 있다고 우공이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아니,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집을 지으면 될 것을 산을 언제 다 옮기냐고 물으니 우공이 대답하길, 내가 이 산을 다 옮기지 못하면 우리 아들이 옮기고 아들이 다 못하면 손자가 옮기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미련할 우()자를 써서 우공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일화일 뿐이고 속뜻은 어려운 일이 세상에 많지만 하려고 하는 의지를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면 세상을 바꾼다는 것입니다. 작지만 쉬지 않고 기울이는 노력이 큰 결과를 가져온다는 말이겠지요.

 

내가 일중 선생께 받은 글씨 중 아주 소중하게 여기는 또 하나의 글씨는 바로 ‘守素明德에 開物成務’입니다. 이 글씨는 내가 동아 제약에서 20년을 근무를 하고 1978년에 라미 화장품 사장에 취임한 것을 축하하는 글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 있는 글씨입니다. 원래 ‘守素成務’이라는 글은 유명한 학자이신 이가원 선생께 받은 글인데, 여기에 덕을 밝힌다는 의미로 明德이라고 하는 글씨를 일중 선생께 추가로 청하여 받은 것입니다. ‘守素明德에 開物成務’라고 해서 ‘자기 본바탕을 잘 지키고 덕을 밝히며 물자를 개발해서 자기의 직무를 성취해나간다’는 뜻입니다. 이런 8자의 글씨를 일중 선생이 아주 정밀하고 우아하게 써주셨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씨를 사무실에 현판으로 걸어놓고 직원들에게 설명을 하면서 이렇게 삶을 살아나가자고 당부를 해 왔습니다. 일중 선생도 60 회갑 때 낸 서집에 ‘守素明德 開物成務’를 실었습니다. 일중 선생도 이 글씨는 아주 잘 쓰셨다고 생각하셨나 봅니다.

 

일중 선생이 써주신 글 중 月掛椰子葉하고 波靜發尼夢라는 아주 낭만적인 글이 있습니다. ‘야자나무 숲에 달이 걸려있고 파도가 고요해서 바닷가의 꿈을 달래더라라는 뜻입니다. 이 글씨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때는 내가 라미 화장품에 근무하던 1980년 입니다.  당시 두발 화장품 전문회사로 명성을 날리던 독일의 웰라 1980년 봄 계약을 하였습니다. 그 후 웰라로부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며칠 동안 나는 발리에 머무르며 낮에는 웰라의 발전을 위한 회의를 하였고, 저녁에는 바닷가 근처 연회장에서 저녁 식사를 먹으며 발리 여성들의 노래와 무용을 구경하였습니다. 저녁 모임을 다 끝내고 호텔로 돌아오는 밤이었습니다. 밝은 달이 비치고 있는 아주 운치 있는 저녁이었는데, 그때 나는 시 한구를 지었습니다. 그 시가 바로 앞에서 언급한 月掛椰子葉하고 波靜發尼夢입니다. 그 후 일중 선생을 뵙고 오행시를 지은 사연을 말씀 드렸고, 일중 선생은 유상옥씨가 발리에 갔다가 읊은 시구라며 멋진 글씨로 흔쾌히 써 주셨습니다. 아직까지도 아주 고맙게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글씨입니다.

 

일중 선생께 받은 좋은 글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에 천자문에 나오는  如松之盛이라고 하는 글귀가 기억에 남습니다. 소나무와 같이 번성하라는 뜻인데, 내가 호를 송암에서 송파로 쓰고 있었고 소나무를 즐기는 편이었으며 천자문에 옛날부터 그런 문구가 있었기 때문에 여러 의미에서 소중한 글씨입니다. 아직도 나는  如松之盛를 거실에 걸어두며 자주 보고 있습니다.

 

1993년도 내가 수필집을 처음으로 냈습니다. 그 때 일중 선생을 뵈러 가면 선생은 저 사람이 글씨를 써달라고 부탁하러 왔겠지 짐작을 하시고 무엇 쓸 거를 가져왔나 물으셨습니다. 선생께 제가 이번에 책을 한 권 냅니다. 책이름이 나는 60에도 화장을 한다인데 선생님이 그거 하나 써주시겠어요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래 좋은 일이지하시면서 원고를 써놓으라 합니다. 며칠 후에 가니 글씨를 보관하는 곳에서 뒤적뒤적해서 써놓은 글씨를 가지고 나오셨습니다. 글자가 많으니까 한글로 길게 써가지고 오셨습니다. 제 개인으로 봐서는 아주 좋은 글을 써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일중 선생은 코리아나 화장품에 관한 많은 글씨를 써주셨습니다. 코리아나 화장품을 경영하면서 회사의 타이틀로 지은 幸福을 追求하는 企業 코리아나 화장품이라는 글씨가 대표적입니다.  일중 선생은 회사 타이틀을 아주 잘 지었다고 칭찬하시며 이 글씨로 현판을 써주셨습니다. 또한 일중 선생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기업이라는 뜻의 美의 創造라는 글씨를 써주셨고, 이 글씨는 매월 나가는 월간지에도 활용되었습니다.

 

그리고 勤能補拙이라는 글씨도 있습니다. ‘부지런하면 능히 모자람을 보충할 수 있다라는 뜻입니다. 코리아나 화장품의 판매 방식은, 회사에서 직원을 뽑아 그 사람들이 고객을 직접 만나 판매를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판매를 잘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머리가 좋은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합니다. 고객관리를 하려면 고객을 늘 따라 붙어야 하는데 고객유치를 위해 늘 부지런하면 능히 모자람을 보충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뜻의 勤能補拙를 일중 선생께 글씨로 받아서 사원들을 격려하는데 많이 활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企業家精神이라는 글씨는 늘 사원들에게 주장하기도 하고 내 자신이 기업인이라 기업가 정신이 투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받은 글씨입니다.

 

논어 첫 장을 보면 子曰 : 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글자가 나옵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인데 이 글씨는 지금도 사원교육을 하면서 매번 활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항상 사원들을 교육시켜서 뭘 언제 맡겨도 척척 해낼 수 있는 질 높은 사원으로 만드는데 많은 공을 들여왔습니다. 새로운 특허품목이 나올 수 있도록 사원들을 훈련시키고 연구시켜야 합니다. 사원들이 날랜 병사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精兵主義라는 말을 만들었습니다. 이 글도 일중 선생께서 아주 좋은 글이라고 하시며 글씨로 써주셨습니다.

 

일중 선생이 써 주신 글 중 名品主義라는 것이 있습니다. 좋은 물건을 명품이라고 합니다. 우리 회사의 연구소에서는 아주 좋은 명품을 개발해 내야 하니 이 글씨를 연구소에 걸어놓았습니다. 연구소 직원들이 이를 보면서 좋은 명품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樂天知命이라는 문구를 부탁 드렸더니 아주 예쁘게 넉 자를 써주셨습니다. 이것은 환경을 즐기고 자기의 할 일을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이 글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고 주위의 사람들도 갖고 싶어하여 일중 선생께 부탁 드려 글씨를 받아 준 적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글을 부탁해서 받았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그 외 나는 오래된 돌과 똑바로 서있는 소나무가 좋다라는 뜻의  家和萬事成’, ‘老石貞松라든가, ‘덕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다라는 뜻의 德不孤必有隣등 일중 선생이 지은 주옥 같은 시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世傳淸德이라고 해서 맑은 덕을 세대로 전한다고 하는 글씨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기는 뛰어 놀고 사슴은 맹맹 운다魚躍鹿鳴이라고 하는 글씨도 간직하고 있고, ‘寸陰是競이라던가, ‘平和統一이라던가, ‘난초와 지초가 향기를 뿜어낸다라는 뜻의 芝蘭麝香등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하늘이 큰 복을 준다고 해서 天與이라는 글씨도 있고 자연환경을 얘기하는 산이 높으면 물이 오래 흘러갈 수가 있다라는 山高水長등의 좋은 명구도 일중 선생이 써 주신 것입니다.

 

수십 점의 일중 선생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글씨 하나하나를 정성껏 써 주셔서 일중 선생께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2004년도에는 코리아나미술관이 소장한 일중 선생의 서예 작품 26점을 포함하여 한국 근·현대 서예사의 주요 작품 총 70점을 선정하여 <향 서린 글씨>전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일중 선생의 글씨에 담긴 정신적 가치와 문자향을 대중과 나줄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일중 선생은 거룩한 신념과 강인한 의지와 신뢰를 지켜 문화재 보존자로서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일중 선생이 남기신 작품을 한국의 문화재로서 길이 보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10

松坡 兪相玉

 

㈜코리아나화장품 회장

코리아나美術館長

韓國隨筆家協會 副理事長

 

企業經營者

蒐集家

隨筆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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