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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다시보기 #24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 2025년에 보내는 회신, 세계는 더 안전해졌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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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 The security has been improved 2019. 4. 25. - 7. 6.

참여작가:

쉬빙(Xu Bing), 제인 & 루이스 윌슨(Jane & Louise Wilson), 아담 브룸버그 & 올리버 차나린(Adam Broomberg & Oliver Chanarin), 한경우, 신정균, 에반 로스(Evan Roth), 이은희, 이팀(Eteam), 언메이크랩(Unmake Lab)






2019년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린 국제기획전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현대 사회 깊숙이 침투하여 일상이 된 ‘감시(surveillance)’의 이슈와 문제를 조명하는 전시였습니다. 전시 제목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는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 스마트 폰에서 흔히 마주치는 보안 문구에서 차용된 것인데요.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감시와 보안시스템은 점점 강화되어가고 있지만, 그럼으로써 발생하는 오류와 통제,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같은 감시의 양가적 측면을 드러냅니다. 전시는 디지털화된 사회를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감시의 조건과 환경, 그리고 이를 둘러싼 여러 질문을 던지는 9인/팀의 작품들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6년이 지난 지금, 지나온 시간만큼 더욱 진화한 기술은 우리에게 더 나은 삶, 안전한 환경을 가져다 주었을까요? 이 글에서는 당시 전시가 제기한 질문 — “과연 우리는 점차 강화되고 있는 보안과 감시 시스템 안에서 안전한가?” — 을 다시 꺼내어, 더욱 강화된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는 지금의 현실을 비춰보고자 합니다.

그럼 2019년의 전시 속으로 돌아가 볼까요?


코리아나미술관,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 2019, 전시전경 ⓒ코리아나미술관



일상을 감시하는 CCTV의 시선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 Closed-Circuit Television)는 용어 그대로 불특정 다수에게 송출되고 열려있는 일반적인 TV와 달리, 특정 목적을 위해 특정인들에게만 제공되는 감시 장치입니다. 전시는 현대의 주요한 감시의 한 방식으로, 단순히 지켜보는 것을 넘어 인식·분류·추적 등 최신 기능을 탑재하기 시작한 CCTV가 빚어내는 현실을 담은 작품들을 포함하였습니다.

쉬빙〈잠자리의 눈〉(2017)은 CCTV, 차량 블랙박스, 웹캠 등 다양한 감시 카메라에서 수집한 영상 푸티지들을 연결해서, 육안이 아닌 비인간적 시선이 포착한 현대인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냅니다. 24시간 쉬지 않고 작동하는 카메라에 담긴 영상들은 폭행, 사고 등 충격적인 장면부터 은밀한 개인의 사적인 시간까지 여과없이 기록하며, 우리의 현실을 초월적 시선으로 경험하게 하면서 감시의 비윤리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합니다.



쉬빙, 〈잠자리의 눈〉, 2017,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81분, 쉬빙 스튜디오 제공


또 다른 작품, 제인 & 루이스 윌슨〈얼굴 스크립팅: 그 빌딩은 무엇을 보았는가?〉(2011)는 2010년 실제 일어난 사건, 팔레스타인 정치조직 ‘하마스’ 간부 암살사건을 기반으로 합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유튜브에 공개한 CCTV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현실’의 장면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였습니다.(관련기사 보러가기) 


 제인 & 루이스 윌슨, 〈얼굴 스크립팅: 그 빌딩은 무엇을 보았는가?〉, 2011, 싱글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1분 39초,

스크린과 2개의 거울, 각 200×380cm, 전시전경 ⓒ코리아나미술관


작품은 CCTV 구조를 전시장에서 영상설치로 재구성합니다. 사건의 증인으로서 감시 기술의 역할과 동시에 정작 살인이 일어난 호텔 방 내부는 포착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상기시킵니다.

아담 브룸버그 & 올리버 차나린의 작업 〈정신은 뼈다〉(2013)는 카메라로 얼굴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3D 얼굴 윤곽 모형을 만드는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디지털 초상화를 제작합니다. 피사체와의 협의 없이 제작된 이 디지털 초상화 작업은 감시 카메라를 이용해 무작위로 이루어지는 개인의 고유 신체 정보 수집에 대해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아담 브룸버그 & 올리버 차나린, 〈정신은 뼈다〉, 2013, 섬유 프린트, 유리, 각 40 × 50 cm

런던 a/political 소장, 전시전경 ⓒ코리아나미술관


기술에 대한 믿음과 오류

전시의 작품들은 또한 기술이 과연 객관적일 수 있는지 그 믿음에 대해 의심을 제기합니다. 한경우〈중립적 관점〉(2019)으로 전시장 내부의 다른 작품들을 감시하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화면을 의도적으로 조작하여 장치의 기계적 시선의 객관성을 비틀어 보여줍니다. 이은희〈콘트라스트 오브 유〉(2017)는 시스템 혹은 장치가 오류를 일으킨 일련의 일화들을 연결해 우리가 신뢰해온 기계 역시 오류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한경우, 〈중립적 관점〉, 2019, 실시간 비디오 설치, 5개의 카메라와 모니터, 컬러, 무음, 전시전경 ⓒ코리아나미술관


이은희, 〈콘트라스트 오브 유〉, 2017, 2채널 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5분 43초



데이터, 또 다른 얼굴

한편, 신정균〈스테가노그라피 튜토리얼〉(2019)은 기밀 정보를 파일에 숨기는 데이터 은폐 기술 프로그램으로, 암호를 은닉한 데이터를 관람객에게 직접 유포하고 경험하게 함으로써 ​완벽한 보안이란 무엇인지, 데이터의 위장술로 질문을 던집니다. 이팀은 군대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패턴화된 위장 디자인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웨이포인트, 팔로, 오르빗, 포커스, 트랙, 팬〉(2017)에서 드론의 시각을 빌려 기계가 또 다른 기계의 시선을 의식하는 새로운 위장술에 대해 말합니다.


신정균, 〈스테가노그라피 튜토리얼〉, 2019,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25초


이팀, 〈웨이포인트, 팔로, 오르빗, 포커스, 트랙, 팬〉, 2017,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4분 12초, 전시전경 ⓒ코리아나미술관


에반 로스〈자화상: 2019년 3월 27일〉(2019)에 이르러 인간의 얼굴을 컴퓨터에 저장된 인터넷 캐시 데이터가 대체하는 세상이 펼쳐집니다. 또한 언메이크랩〈스마트 바디〉(2019)에서 감시는 이제 인간의 눈을 거치지 않고, AI(인공지능), 컴퓨터 비전​으로 이루어지며, 인간의 심리적 상태나 감정마저도 데이터화됩니다.


에반 로스, 〈자화상: 2019년 3월 27일〉, 2019, 시트지 프린트, 가변설치, 전시전경 ⓒ코리아나미술관


언메이크랩, 〈스마트 바디〉, 2019, 라이트 패널, 출력, 영상, 가변설치, 전시전경 ⓒ코리아나미술관


이렇듯 전시된 작품들은 CCTV부터 드론, AI까지 인간의 시각을 대체하고 넘어서는 현대의 감시 기술과 장치들로 인해 현실에서 벌어지는 데이터 감시, 디지털 위장술 등이 혼재한 풍경을 전했습니다. 


2025년의 세계

그렇다면 오늘, 감시와 보안의 키워드는 어떻게 등장하고 있을까요? 2025년, 특히 정부와 기업이 표적이 된 사이버 해킹, 그에 따른 개인 데이터 유출 문제가 강력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기업과 사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가 증가하고, 해커들이 최신 AI를 활용해 24시간 해킹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사이버범죄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기사는 2025년 한 해 사이버범죄 발생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피해액은 지난해에 비해 10% 넘게 증가했음을 알립니다. (관련기사 보러가기) 

기술은 6년 전보다 더 고도화되었지만, 디지털 환경의 보안 상황은 그만큼 좋아졌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정교해진 기술만큼 더 많은 정보가 수집되고 분석되면서,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불안과 위험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전시가 보여주었던 기계의 한계, 오류의 가능성, 감시의 작동 방식 은 오늘날 더 빠르고 똑똑해진 기술과 거대해진 네트워크와 결합해 새롭고 심화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의식은 올해 있었던 전시 《합성열병》으로도 이어지는데요. 인공지능, AI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요즘,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사회 전반에 걸쳐 강력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전시는 이러한 AI 환각과 오작동, 유령노동 등 기술의 양가성을 다층적으로 드러냈습니다. 


2019년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는 디지털 사회의 새로운 감시 체계를 통해 기술이 가진 새로움과 위험성을 드러냈다면, 2025년 《합성열병》은 생성형 AI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층위의 불안정성과 구조를 탐색하였습니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기술은 그 빠른 진화 속도만큼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이제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전시에서 제기한 “과연 우리는 점차 강화되고 있는 보안과 감시 시스템 안에서 안전한가?”라는 앞선 질문은 2025년 디지털 환경 속에서 오히려 더 절박하고, 시급해진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감시 기술이 그 전보다 넓은 영역을 더 선명하고 빠르게 포착할지라도, 우리가 현재 안전한지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게,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있습니다.



글 작성 및 정리_코리아나미술관 학예팀/박소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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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 전시 도록 (코리아나미술관, 2019)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 전시 소개 홈페이지 링크

《보안이 강화되었습니다》 (코리아나미술관, 2019) 전시 기록영상 링크

「하마스 간부 암살한 여성은 CCTV 앞에서 대담하게 웃었다」, (조선일보, 2010.02.22) 링크 「창궐하는 사이버범죄, 스스로 조심하는 것만이 최선인가?」, (디지털포용뉴스, 2025.07.02) 링크 「올해 사이버범죄 피해 20조원 전망..."韓 사이버 보안 예산 5배 이상 늘려야」, (아주경제, 2025.11.23)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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